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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점 1등급 한우 알고보니 젖소
작성자 김미라 등록일 2007.05.29 조회 2,635


정육점 \'1등급 한우\', 알고보니 \'젖소\'


활동내역

“젖소를 한우로 둔갑시켜 팔고 있다는 DNA조사 결과가 정육점 15곳에서 나왔습니다. 상당수 고기유통업자들이 수입산을 한우로, 한우 2등급을 1등급으로, 1등급을 1+로 팔고 있는 게 사실이란 뜻입니다.”

전국한우협회 박선빈 차장은 지난 25일 서울시 민관합동점검단속에 동행한 기자에게 협회가 자체적으로 실시한 DNA조사자료를 내보였다. 사법경찰권이 없는 한우협회 유통감시단이 전국 정육점 139곳에서 수거해온 쇠고기를 농림부 산하 축산연구소에 의뢰해 나온 결과였다.

서울시 단속반과 동행 취재한 5시간은 소비자들이 실제 제값보다 훨씬 비싼 돈을 내고 한우를 사먹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실태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단속한 4군데 정육점 중 두 곳이 젖소를 한우로 팔고 있었다.

처음 찾은 A대형정육점 고기진열장.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진열된 고깃덩어리마다 ‘1등급 한우’ 라벨이 눈에 들어왔다. 단속반이 가게 주인에게 고기유통업자에게 받은 거래내역서와 등급판정서를 요구했다. 하지만 자료를 읽어봐도 1등급 한우를 들여온 기록이 없었다. 2등급 한우와 육우(새끼를 낳지 않은 젖소 등)를 집중적으로 들여왔을 뿐이었다. 가게 주인 김모씨는 “관행대로 1등급 라벨을 붙였을 뿐”이라며 “다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한우 유통현장의 불법 관행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30m 떨어진 또 다른 정육점. 이곳에선 정육점마다 반드시 비치해야 할 등급판정서와 거래내역서가 아예 없었다. 한우 등급도 국적 불명의 ‘A등급’이라고 표시해 있었다. 이 점포 직원은 “한우1등급을 팔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를 증명할 방법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돼지고기도 마찬가지. 냉동실 고깃덩어리에는 네덜란드산 돼지고기 마크가 붙어있었지만 매장 전면에는 원산지 표시가 돼 있지 않았다.

세 번째 정육점은 1등급 한우를 ‘1+’등급 라벨을 붙여놓고 판매 중이었다. 하지만 거래내역서에는 1등급 한우만 들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엔 “라벨을 뽑는 기계가 고장 났다”는 변명이 돌아왔다. 네 번째 정육점에는 원산지·쇠고기 등급 표시자체가 아예 없었다. 단속을 나간 반경 100m 내 정육점 4곳 모두 원산지와 등급표시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셈이다.

◆식당도 적극적으로 고기내역을 밝혀야

쇠고기 유통의 후진성은 도매시장(정육점)뿐 아니다. 소매시장인 식당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올부터 매장면적 300㎡(90평) 이상 쇠고기구이집에서는 원산지를 꼭 표시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4월 전국적으로 대형 식당 620곳을 상대로 원산지 표시여부를 단속한 결과 이 중 87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이다. 전국에서 90평 이상의 대형 쇠고기구이집은 전국에 4200여 개밖에 되지 않는다. 전국 4만4000 개 업소의 10%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 식당에선 대부분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원산지 구분을 했더라도 식당에서 한우 2·3등급을 1등급 이상으로 속여 파는 것은 단속조차 이뤄지지 않는다. 현재로선 업주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 민선 지방자치단체에서 선거를 의식해 업소를 자극할 만한 단속을 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25일 서울시 민관합동점검단속에 참가한 구청은 전체 25곳 중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쇠고기 거품제거의 시작은 짝퉁 퇴치부터

한우협회 관계자는 “짝퉁 쇠고기 범람은 결국 유통업자만 배 불리고 한우농가·소비자들만 골탕 먹는 구조”라고 말했다. 산지 소 값을 내려도 가격이 빠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잘못된 쇠고기 유통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한우농가에서 갹출한 기금으로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위원회) 임봉재 팀장은 “품질에 따른 철저한 소비자판매가 정착이 되면 한우 농가들은 고급화에 힘쓰게 되고, 소비자들은 호주머니 사정에 따라 갖가지 등급의 쇠고기를 맛볼 수 있게 된다”며 “그러기 위해선 소비자들이 전자제품을 살 때처럼 이것저것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키워드… 쇠고기 등급=한우를 포함한 국내산 쇠고기는 육질별로 ‘1++’, ‘1+’, 1, 2, 3등급 등 크게 5단계로 매겨진다. 축산물등급판정소에 따르면 올 들어(1~4월) 1++ 판정을 받은 고기는 전체의 5.0%였다. 1+는 11.8%, 1등급은 17.1%를 차지했다. 2등급과 3등급은 각각 23.1%, 35.1%였다. 나머지는 등외 판정인 D등급이다.

육우(肉牛)=국내산 쇠고기라 함은 한우·육우·젖소를 말한다. 육우는 젖소 수컷과 송아지를 낳은 경험이 없는 젖소 암컷, 국내에서 키운 외국 소 등을 통칭한다. 젖소는 새끼를 한 번이라도 낳은 경력이 있는 소를 말한다. 등급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한우, 육우, 젖소 순으로 가격이 높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쇠고기 소비량 중 수입산이 52.8%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 한우(31.7%), 육우(9.7%), 젖소(5.8%) 순이었다.

출처 : 조선일보 2007년 5월 29일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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