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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서울축산물공판장 도축기능 연내 폐지, 무엇이 문제인가
관리자 2008-08-25 1423


농협 서울축산물공판장 도축기능 연내 폐지, 무엇이 문제인가


   대체시설 미비… 국내산 축산물 공급기지 잃게 돼

농협서울축산물공판장(이하 서울축공)의 도축기능이 올해 안에 폐지될 위기에 놓였다. 서울축공의 건물과 부지 소유권자인 서울시가 최근 농협에 임대차 계약 종료 사실을 미리 알리는 통지문을 보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축산업계는 대체시설 확보도 안된 상태에서 서울축공의 도축기능이 없어지면 국내산 쇠고기·돼지고기의 가장 큰 공급기지를 잃게 되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발단은 인근 주민들의 민원 때문=서울축공 하루 도축 능력은 소 350마리, 돼지 3,500마리로 국내 최대 규모다. 게다가 전국 도축시설 가운데 가장 위생적인 시설을 갖춰 1,000만 서울시민들의 안전 축산물 공급기지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소음과 교통혼잡, 악취 등을 이유로 서울시에 서울축공의 이전을 줄기차게 요구하자 서울시가 이를 수용키로 한 것이다. 서울시는 1월 행정1부지사 지시사항으로 서울축공의 도축기능 폐쇄를 지시한 데 이어 6월에는 서울축공 폐쇄 대책을 발표하고 농협에 임대차계약 종료 예고를 통지했다. 농협은 서울시로부터 1년 단위로 서울축공 부지와 건물의 임차계약을 맺어 운용해왔는데, 서울시는 당장 내년부터 도축에 사용되는 시설을 빌려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음성공판장 개장할 때까지만 허용해달라”=농협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2006년 11월 충북 음성군 삼성면 일대에 부지를 매입, 올 연말까지 서울축공을 이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계획은 복잡한 행정절차를 거치면서 지연돼 아직까지 착공도 하지 못한 상태다. 따라서 농협은 새 공판장이 2010년은 돼야 개장할 것으로 예상, 이 공판장이 완공될 때까지만이라도 서울축공의 도축기능 폐쇄를 연장해달라고 서울시에 수차례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서울시는 계획대로 서울축공 도축기능 폐쇄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도매시장팀의 관계자는 “서울축공의 도축기능을 폐쇄해도 도매시장 기능은 남아 있어 수도권 18개 도축장을 활용한 이용 도축에 나서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축산물 유통 허브기능 상실=전문가들은 전국 축산물 도매시장에서 서울축공의 점유비가 32%를 차지하는 등 경매기능을 갖춘 국내 최대 축산물 도매시장이 없어지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소·돼지 사육농가들이 출하처를 잃게 돼 동요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또 서울축공의 주요 기능 가운데 하나인 축산물 기준가격 형성 체계가 무너지면 축산물 유통시장에서 혼란을 일으켜 결국 농가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한우 고급육 생산량의 50% 이상이 서울축공을 통해 공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시의 방침은 고급육시장 붕괴를 가속화시키는 등 국내 축산업 발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소비자 피해도 많아=서울축공 도축기능 폐쇄는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축산식품 공급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시설이 열악한 지방의 여러 도축장에서 지육을 서울로 옮겨 경매 등 유통단계를 거친 후 소비자에게 공급하면 그만큼 안전성을 보장하기가 어렵고 축산물 유통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축산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또한 중도매인과 관련업계도 사업영역이 줄어 고용기회가 감소하고 결국 또 다른 민원을 일으킬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권기정 한국산업개발연구원 본부장은 “도축장의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를 감안해 일본은 동경 중심부에 도축기능을 갖춘 대규모 식육도매시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싱가폴과 홍콩 등도 도심부에 도축장을 운영한다”며 “국민건강과 축산업 발전을 위한다는 국가적인 중대 문제를 민원 등 지역적인 문제로 접근해 해결하려는 서울시의 방침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축산업계 반발=서울시의 강경한 입장이 알려지자 서울축공을 이용하는 농·축협과 축산농가, 중도매인협의회, 부산물취급상인회 등은 농협서울축산물공판장 도축기능 폐쇄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20일 총회를 열어 서울시의 방침이 철회될 때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비대위 위원장을 맡은 이승호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은 “축산물 유통의 가장 핵심이었던 서울축공의 도축시설이 폐쇄되면 우리 축산업은 발전하기 보다는 오히려 후퇴할 수밖에 없다”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서울축공을 끝까지 사수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 농민신문 2008년 8월 25일자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