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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점검] 가축분뇨 공동자원화
사업
부지 확보 차질·주민 반발 ‘암초’…시작부터 ‘삐끗’
정부가 가축분뇨 해양배출 중단에 따른 대안 가운데 가장
우선으로 공동자원화시설 사업을 지난해부터 실시하고 있다. 정부는 이 사업을 통해
해양으로 배출되는 가축분뇨의 50%를 책임지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5개소를 시작으로 실시된 이 사업은 지역 주민들의 반대와 각종 민원으로 시설 설치가
늦어져 가동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사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대해 점검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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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월말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인 다살림영농조합법인의
공동자원화시설은 설립까지 민원과 인허가문제 등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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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분뇨 액비를 이용한 수도작 경진대회를 개최해 이
사업의 대상자로 선정된 이천지역 농가들은 사업 확대를
위해 처리시설의 표준화, 자부담 비율 감소 등이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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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부는 지난해 5개소를 시작으로 올해 15개소 등 2011년까지 70개소의 공동자원화
시설을 설치해 가축분뇨 해양배출 물량의 50%인 25만톤을 육상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국고 30%, 지방비 20%, 융자 50%의 조건으로 개소당 25억원의 자금을 집행하고
있다.
그러나 농림부의 이 같은 의지와는 달리 공동자원화 사업은 출발부터 불안해 보인다.
지난해 5곳 선정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했지만 시설을 가동하고 있는 곳은
한 곳도 없다. 그나마 충북 진천이 지난해 10월 착공에 들어가 이르면 다음달 완공될
예정이지만 일부 지역의 경우 시설 부지 확보에 문제가 발생해 사업을 포기해야 할
지경에 있다.
특히 횡성의 경우 시설 부지를 세 번이나 변경했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될
위기에 있다. 이렇다 보니 사업주체인 동횡성농협은 다른 조합에 사업권을 이양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사실상 사업을 진행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처럼 지난해 공동자원화 사업이 농림부의 예상과 달리 가동도 되지 못하고 있어
사업 시행에 따른 문제점 도출은 물론 올해 사업이 제대로 시행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가축분뇨 해양배출의 대안으로 실시되는 공동자원화
사업이 차질을 빚을 경우 자칫 가축분뇨 대란이 올 수 있다는 우려까지 예상된다.
또한 공동자원화 시설 설치 유형이 운영주체가 부지를 확보해 시설을 설치하고 가축분뇨를
자원화 해 경종농가에 살포하는 방식에 편중돼 있는 것도 민원발생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1일 100톤을 처리하는 시설의 부지를 확보하는 것은 물론 지역 주민들이
가축분뇨를 환경오염원으로 인식하고 있어 더 이상의 사업 진척은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도 지역은 이미 땅값이 많이 올라 일부 지역에서는 애당초 이 사업을
포기해야만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사업시작 5곳중 단 한곳도 가동 못하고 ‘좌초 위기’
중규모 농가 시설 설치, 운영·관리토록 방향 바꾸고
정부 지원금 50%까지 확대…농가 부담 완화 여론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중규모 농가들이 자원화 시설을 설치해 운영·관리하고 유통센터를
통해 경종농가에 살포하는 방안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기존의 민간 퇴비장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유용희 축산과학원 축산환경과장은 “사업대상 부지구입이 지연되고 대상지 변경
및 주변 민원발생으로 사업 착수가 지연되는 사례를 볼 때 운영방식의 전환을 고려해
봐야 한다”며 “중규모 축산농가에 퇴·액비 등 자원화 시설을 설치해 운영·관리하는
방안의 확대를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정종극 대한양돈협회 부회장은 “사업주체의 경우 1일 100톤 규모의 처리가 가능하지만
농가가 운영할 경우 200톤까지 처리가 가능하다”며 “같은 사업비에 효율적인 측면을
고려하면 농가들이 운영하는 경우가 더 바람직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의 한 퇴비업체 관계자는 “기존의 퇴비 업체들이 양질의 퇴비를 생산해 판매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는 만큼 무리하게 사업주체를 선정하는 것은 비용이 2중으로
발생할 수 있다”며 “이미 자원화 사업을 잘 진행하고 있는 사업체와 연계해 정부
사업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방안도 마련돼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사업자금의 지원 방식도 사업주체나 농가의 비용부담을 덜어 국고를 50%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여주의 한 양돈농가는 “자부담 비율이 높다 보니 이미 농가들이 신청을 하고
싶어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지역도 이러한 부문에 부담을 느껴 사업을
포기한 사례를 반영해 정부의 지원금을 더 확대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용희 과장도 “현재 정부 지원금의 30%를 우선 50%로 늘리고 사업이 확산될 경우
최대 70%까지 국고를 확대하는 방안도 조심스레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지허가 받는데만 6개월 소요
농가 쿼터별 톤당 10만원씩 부담
#사례1/다살림영농조합법인
충북 진천의 공동자원화시설은 지난해 11월 착공해 2월말 준공을 목표로 공사 중이다.
15억5000만원의 보조와 12억5000만원의 자부담 등 총 28억원의 비용(토지비 제외)으로
다살림영농조합법인이 주관해 짓고 있는 이 시설은 일일 100톤 처리규모이다. 현재
친환경인증을 받은 11곳의 회원농가에서 배출되는 월 2100톤을 처리하고 남은 900톤
물량은 추가로 합류하는 농가에게 배정한다. 이 시설을 거친 분뇨는 1000ha 농지에
살포된다.
민재홍 다살림조합 부장은 “농가별 분뇨 배출쿼터를 배정해 톤당 10만원씩 총 2억1000만원을
걷었다”면서 “공사가 완료되면 친환경인증을 받은 회원농가 11곳이 우선 사용하고
향후 15~18곳까지 수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살림조합도 시설 착공까지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우선 축산분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각종 민원해결이 큰 걸림돌이었다. 살포지역인 농지 관리지역내에 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공무원들은 축사시설이 아닌 일반 시설물로 인식, 허가가
안돼 토지 허가만 6개월이 소요됐다. 또 돼지 마리당 600㎡의 살포지역을 확보하라는
환경부의 요구도 수행하기가 쉽지 않다.
민 부장은 “뿌려줄 때 냄새가 없고 결과가 좋아야 경종농가들이 분뇨를 찾는데 우리는
벼, 고추 등에 뿌리면서 변화를 유도했다”면서 “4만두를 가진 우리의 경우 환경부
기준대로라면 2400만㎡를 확보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민 부장은 또 “12억5000만원을 대출해 줄 수 있는 단위농협도 없고 대부분의 농가들은
담보능력도 부족하다”면서 “살포를 용이하게 하려면 살포장비는 물론 탱크를 논에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경종농가가 냄새 때문에 분뇨를 못 뿌리겠다고 할 경우 타지역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신뢰를 줄 수 있는 퇴액비를 생산해야 이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민 부장은 “농가들이 소신을 갖고 공무원들도 사업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기존 농장에 시설 설치·액비 생산
자부담 높아 상당수 농가 포기도
#사례2/경기도 이천
경기도 이천 지역의 양돈농가들은 가축분뇨 자원화에 앞장서고 있는 이른바 ‘선봉부대’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가축분뇨 액비를 이용한 수도작 경진대회를 개최한 것처럼 농가들의
의지가 높다. 이 같은 의지는 가축분뇨 공동자원화 시설 사업대상자로 선택받기에
충분했다.
정종극 수자타 농장 대표(양돈협회 부회장)는 “이천 지역도 처음에는 사업주체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방식을 선택했는데 번번이 민원이라는 벽에 부딪혀 실패를 봤다”며
“너무 한 방식으로 몰아가면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지역 상황에
맞는 모델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천의 공동자원화 사업은 지역 10농가가 중심이 돼 올해 7월이면 시설을 완공해
본격적인 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농가들은 기존 농장 부지에 처리시설을 설치하고
액비를 생산하면 액비유통센터에서 이를 수거해 주변의 경종농가에 살포를 하게 된다.
액비유통센터가 운반과 살포를 책임지기 때문에 농가들은 양질의 액비만 생산하면
된다. 그러나 농경지 확보를 위해서는 농가와 액비유통센터 모두가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정 대표는 “처음에 공동자원화 신청을 받을 때는 농가가 더 많았는데 자부담 비율이
높다 보니 상당수 농가들이 포기를 했다”며 “공동자원화 시설은 개인 시설이 아닌
공공의 시설인 점을 감안해 개인 부담을 50%까지 지우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농경지 소유주 대부분이 외지인이기 때문에 농지 확보가 쉽지 않다”며
“자원순환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경종농가도 전업농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가가 중심이 돼 공동자원화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부담감도 적지 않다. 액비유통센터나
시설업체의 선정, 처리시설의 표준화, 자금의 한계 등은 향후 개선돼야 할 사항이다.
정 대표는 “이천 지역이 좋은 모델이 돼 농가 중심의 공동자원화 사업이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농어민 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