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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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값 폭탄
관리자 2008-03-17 1322


사료값 폭탄


치솟는 사료값,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돼지가격으로 경영난이 가중돼 고민이 깊었던 류인환 씨는 지난 2월 결국 30년간 운영하던 농장을 정리했다.

배합사료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그에 반해 축산농가들의 시름은 깊어진 지 오래됐다. 겁없이 오르고 있는 배합사료가격의 상승세로 인해 현장에서는 각종 후폭풍이 밀려들고 있다. 현장의 상황과 정부 대책에 대한 농가 반응 등을 취재해보았다.

#현장에선

하루하루가‘살얼음’… “이대론 다 죽는다” 아우성

1년새 43~50% 뛴 데다 5·7·9월 추가 인상 예고

돼지마리당 3만~5만원 적자…부도·야반도주 속출

육계계열농가 수수료 인하·원유 쿼터값도 떨어져

배합사료가격은 국제곡물가격 상승의 여파로 지난 2006년 10월부터 여섯차례에 걸쳐 무려 43~50%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가격인상은 이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옥수수 가격은 7일 현재 2006년 1월보다 151% 폭등한 350달러, 대두박 가격은 92% 오른 511달러에서 형성되고 국제 유가도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서면서 사료업계는 5월, 7월, 9월까지 잇따라 가격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거듭되는 배합사료 가격의 인상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환자처럼 축산농가들의 목을 조여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농가들의 수익감소.

돼지(100kg, 농협중앙회 기준)가격은 12일 현재 19만9000원으로 생산비(약 23만원)에도 부족하다. 양돈농가들은 마리당 3만~5만원의 적자를 보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출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모돈을 팔고 있는 양돈장도 적잖게 나타나고 있다.

양돈업계의 관계자는 “IMF때에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라도 있었지만 현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팔아도 적자라는 것을 알지만 안팔고 놔두면 비싼 사료만 먹으니 어쩔 수 없이 내놔야 하지 않겠느냐”고 하소연했다.

배합사료 의존도가 거의 100%에 달하는 양돈의 경우 부도농가가 속출하고 있다. 경북의 A종돈장은 최근 60억원 상당의 부도를 맞았고 강원도의 B종돈장도 자금압박에 시달려 부도처리에 직면했다. 경남의 C농장은 수십억원의 빚 때문에 야반도주 했다.

한우농가들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500만원을 웃돌던 한우가격이 미국산 쇠고기 여파 등으로 400만원대에 머물고 있지만 배합사료가격은 50% 가까이 상승하면서 소득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예년보다 농가 소득은 사료가격 인상폭만큼 감소했다는 것이 한우농가들의 설명이다. 한우 150두를 사육하고 있는 이재환 씨(경북 안동)는 “마리당 사료비가 1만~1만5000원 정도 증가하면서 한 달 사료비만 무려 1억~1억1000만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안동축협에서 사료를 공급받고 있는 박시근 씨는 포당 육성기 사료 8750원, 비육전기 8520원, 비육후기 8290원, 마블링사료 9140원에 사용하고 있다. 사료값이 폭등하기 전 7000원대였던 때와 비교하면 크게 올랐다.

박씨는 “그나마 OEM(주문생산)사료이기 때문에 다른 제품보다 포당 200~300원 정도 낮게 사용할 수 있었다”면서 “사료값이 오른 만큼 계속 감봉을 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육계농가들은 육계계열업체들로부터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사료가격의 인상·인하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최근 사료값 인상에 따라 D 육계계열업체가 사료효율을 농가에 따라 0.5~1.5 조정하는 등의 형태로 사육수수료를 덜 지급하면서 농가 수입이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의 육계계열 농가는 “지난해 10월부터 계열업체에서 사료효율을 낮춰 수당 사육수수료가 15~20원 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5만수를 사육하는 이 농장의 경우 한 번 출하할 경우 월 최대 200만원의 사육수수료가 깎여 연간 5회전을 기준으로 1000만원의 수익이 줄어들었다.

축산농가들의 수입이 급감 또는 적자인 상황까지 직면하면서 농장을 처분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 평택의 류인환 씨(850두 규모)는 현금으로 사료를 구매하는 등 재정상황이 좋은 농가였지만 치솟은 사료값으로 누적 적자가 3000만원에 달하자 지난달 25일, 30년간 운영하던 양돈장을 정리했다.

류 씨는 “폐업보다는 농장 인수를 원했지만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850두의 돼지를 4800만원의 헐값에 처분했다”면서 “마리당 12만원만 잡아도 1억원이 넘지만 결국 5000만원 이상 손해를 본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여기에 농장에 투자한 3억~4억원의 시설비용은 고스란히 류 씨가 떠안게됐다. 농장을 정리해 적잖은 손해를 보는 것이 현실이었다.

낙농가들 사이에서도 이같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2002년 원유쿼터제가 시행됐을 당시 리터당 6만~8만원이었던 쿼터가격은 한 때 30만원을 웃도는 등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낙농진흥회의 경우 20만원대 초중반, 타 유업체 26만~28만원대에서 형성되고 있다. 사료가격의 급등으로 생산비조차 건지기 힘들어지면서 쿼터를 판매하려는 낙농가들은 늘고 있는 반면 구매 농가는 그리 많지 않아 쿼터값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낙농업계의 관계자는 “낙농가들에게 쿼터는 퇴직금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최근 사료가격이 급등하면서 생산비가 오르자 조금이라도 돈을 남기기 위해 쿼터를 팔려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에 반해 쿼터를 사려는 농가는 적어 쿼터가격이 20만원대로 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나누면 농가당 487만원 고작’ 1조 지원대책 내놓고 생색

농민들 “버틸힘 없는데 어차피 빚만 늘리는 꼴”

“조사료 생산 확대도 한가한 소리” 곱잖은 시선

돼지생산안정제·양돈 폐업보상제 도입 등 촉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달 4일 연리 3%, 상환기간 1년 조건으로 축산농가에게 사료구매자금 1조원을 한시적으로 특별 지원한다고 밝혔고 현재 농림부는 3월 중 지원을 목표로 관계 기관과 지원방식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축산농가들은 과연 실질적인 대책이 될 지 반신반의하고 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소 사육농가는 19만2000호, 돼지 사육농가 9800호, 닭 사육농가 3420호 등 주요 축종의 사육농가숫자는 20만5220호에 달한다. 규모와 여건에 따라 농장 사정이 다르지만 단순히 지원금을 전체 농가숫자로 나눠 계산하면 농가당 평균지원금은 487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2006년과 비교해 농가별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사료가격이 오른 것을 감안하면 상당수 농가에게는 한 달 사료비도 안된다.

또 정부가 대부분의 축산농가들이 금융권 등에 담보가 잡혀있는 상황에서 담보 설정을 통해 지원하려는 점, 한우의 경우 생산부터 출하까지 최소 2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지 않는 부분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우농가인 박시근 씨는 “단돈 100원이라도 보조해야지 대출로 처리하면 농가 빚만 증가시킬 것”이라며 “생산까지 2년이 걸리는 동안 농가들은 버틸 힘이 없어 농장이 무너지면 다시 일어날 수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영원 전국한우협회 차장도 “1년이라는 상환기간도 출하까지 2년 이상이 소요되는 한우농가에게는 부담스러운 부분”이라며 “2년거치 3년상환 등으로 바꾸고 일부 농가가 아닌 모든 농가가 혜택받을 수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조사료 생산확대로 뛰는 사료가격을 돌파하자’는 내용의 정부 대책안도 탁상행정의 표본이다. 2015년까지 청보리 10만ha를 포함해 조사료 재배면적을 24만ha를 조성하겠다는 이 대책은 조사료 수급안정 등에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돼지와 양계의 경우 배합사료 의존도가 100%에 달하는 등 각 축종별로 50~60% 이상 배합사료를 급여하는 상황이다. 또 전라지역의 경우 청보리가 수입 조사료보다 싸지만 경기·강원지역 축산농가들은 비싼 운송비로 인해 청보리 구매비용이 수입 건초보다 오히려 비싸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사료업계의 관계자는 “정부의 조사료 대책 발표 이후 일부 지자체에서도 조사료 생산확대가 사료가격을 잡을 수 있는 궁극적인 대책인 것처럼 제시하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운송비 지원을 확대하는 등의 방안이 없다면 이 대책 또한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돈농가들은 생산비 이하로 하락할 경우를 대비한 생산안정제 및 정부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폐업보상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올해 마리당 생산비는 23만원 이상에서 형성될 전망이지만 돼지가격은 수개월째 생산비 이하를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 1943년 돼지고기의 가격안정제도를 도입했고 미국도 한도 수준 이하로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보장하는 보험제도를 도입, 양돈농가들의 보호장치를 확보하고 있다.

양돈농가들은 사료값이 더 오른다면 이제 자의가 아닌 타의로 농장을 그만두게 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에 폐업에 따른 일정 금액을 보상하는 기준을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출처 : 농어민신문 2008년 3월 17일자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