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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곡물파동 기획시리즈 -대가축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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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비 절감, 눈에 보이는 것부터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란 말 아시죠? 어디 별다른 대책 있습니까, 눈에 보이는 것부터 절약해야죠.” 목장에 들러 사료값이 치솟는 것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날아온 답변이다.
경기도 양주 은현면에서 한우 50두를 사육하는 진재언(45세)씨는 예전에 없던 버릇이 생겼다. 하다못해 문방구에서 연필 한자루를 사더라도 가격부터 살피게 됐다. 친목도모를 위한 자리도 가리게 됐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누구한테 아쉬운 소리없이 말그대로 ‘통큰’ 남자로 살아온 자신을 생각하면 분명 엄청 변한 모습이다.
“꿋꿋하게 소만 키우면 밥벌이는 하고 살 것이란 믿음을 한번도 저버린 적이 없었는데, 요즘은 자꾸 회의감만 듭니다. 불안합니다.”
진씨의 그동안 사양관리는 그냥 평이했다. 배합사료 위주의 사료급여와 수입조사료를 곁들이는 7대3 정도의 급여비율. 사료회사 직원의 사양표준프로그램을 따르는 형식의 목장경영을 이어온 터다.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터지기 시작했다. 사료값 급등으로 1년전보다 매달 100만~250만원 부담이 더해지면서 어느샌지 모르게 인건비도 못 건지는 상태임을 알게 됐다. 산지소값도 2006년 암소 성우 500만원대를 끝으로 하락세가 거듭되고 반등의 기미가 전혀 없다는 분석도 자주 접하게 됐다.
진씨가 내린 결론은 ‘나라에서도 어쩌지 못하는 사료값’을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은 없고, 대체사료를 여기저기 찾아 보기로 한 것. 결국 지난 겨울부터 암모니아를 섞은 볏짚사일리지와 인근 TMR(조사료위주의 완전혼합사료)공장을 이용하게 됐다.
그동안 게으르게 생활한 것은 아니지만, 귀찮다고 느끼며 피하던 일들을 찾아서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우가격은 뛸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생산비는 20%이상 줄인 상태다. 올해 배합사료값이 15%이상 오른 것을 감안하면 30%이상 생산비를 낮춘 격이다.
진씨는 “저는 그래도 생산비절감에 동참하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같은 낙농가라도 아직 편하게 신세한탄만 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가르마가 타 지겠죠.”
# “유제품까지 만드니 부가가치 생기네요”
여주에서 낙농업을 하고 있는 조옥향(54세)씨는 전국 낙농가들 사이에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여성 낙농가다.
젖소 200여두를 사육하는 조씨는 일찍부터 수입건초와 볏짚 등을 이용한 사일리지를 제조해 이용해왔다. 종축개량에 관심이 많은 조씨는 반추가축의 영양상태와 사육환경에 조사료가 얼마나 중요한지 터득하고 있기 때문에 생산비를 자연스레 절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목장경영에 부담이 커진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무리 생산단가를 낮춘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축산관련 기자재 전반에 걸쳐 가격이 따질 수 없이 치솟고 있기 때문에 걱정됩니다. 정부가 대책을 세워줘야 하는데….” 말끝을 흐리는 조씨는 근원적인 정부대책이 아쉽다고 귀띔한다.
조씨는 10여년전부터 유가공사업에 손을 대고 있다. 현재와 같이 생산단가도 못 챙기는 낙농산업을 예견한 것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치즈가공사업과 교육프로그램사업을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뚜렷하게 이득을 셈할 수는 없는 단계지만, 가만히 지켜보는 수동적인 자세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낙농선진국들의 사례를 벤치마킹하다보니 우리도 이렇게 나가야 한다고 결심했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몇몇 농가들, 포기 빨라야 피해 줄지…”
이천 설성면 젖소 사육농가 최 모(50세)씨는 선친에게 물려받은 목장이기 때문에 아직 빚이 없다. 문제는 사육의욕을 상실했다는 점. “조사료를 매길라면(혼합하려면) 손도 많이 가야하고, 기계도 들여놔야하고 일할 사람도 구해야 하고, 힘들고….” 6개월 단위로 정산하는 사료값 영수증을 정리하는 최 씨는 농장을 아예 갈아엎고 지렁이 육성 사업을 시작할 계획을 갖고 있다.
“지금 상태라면 일년동안 약 2천만원 손해봤네요. 젖소 키우는 사람들이 모두 그렇지만 하루라도 농장을 비울 수 없고, 늦게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잖아요. 이게 뭡니까. 우유가격도 그대로 멈춘 상태에서 도대체 흥이 안나요. 올해 마무리 질 작정입니다.” 일년에 약 8천kg 정도의 원유를 생산했지만, 지난해 2천만원 정도 손해 본 것을 생각하면 어이없어 잠도 안온다는 최씨.
“몇몇 집 얘기를 들으니 빚더미에 깔려 나자빠지는 사람이 있어요. 분위기가 그런지라 어디가서 앓는 소리도 못하고…, 가만히 살펴보면 낙농을 해야 할 사람과 하면 안되는 사람이 있어요. 금방 구분돼요. 나한테 사람보고 정리하라면 잘하겠는데.” 반 농담섞인 말이지만 어쩌면 현 시점에서 필요한 지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최씨는 또 자신도 그렇지만 국내의 많은 낙농가들이 사양관리에서 낭비적인 요소를 갖고 있기 때문에 똑바로 소를 키울려면 그런 낭비요인부터 없애야 한다고 충고를 잊지 않았다.
#조사료 많이 이용하는 분위기 조성이 급선무
최근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은 한육우, 즉 대가축을 키우는 농가들에게 국내 조사료를 적극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단 국내 조사료가 수입 건초보다 최고 40%까지 저렴하기 때문에 생산단가를 낮추는데 최적의 방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축과원에 따르면 국산 청보리는 kg당 120원 선인데 반해 수입산 톨페스큐 340원, 클라인 425원, 티머시 380원, 알팔파 360원 등으로 비교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영양적인 가치로도 수입산을 능가하기 때문에 1석2조의 성과를 거둘 수 있고 궁극적으로 조사료 자급율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분석.
국내산 조사료 확대 방안과 관련, 천안연암대학 권찬호 교수는 “조사료 생산단지와 축산농가의 연결체 사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권 교수에 따르면 조사료 생산농가와 양축농가간 효과적인 유통체계구축을 위해 우선 농협이 물류비용을 지원하는 동시에 품질을 보증하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또 TMR 사료회사들은 곡물가격 급등에 따른 국내산 조사료 이용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주문이다. 생산단가 절감이 필수라는 것.
또 하나 경종종가와 양축농가간 직거래를 확대해 조사료 수요 및 공급량의 정확한 추정, 품질평가기준설정, 검사 등 기준이 마련된 시범사업 추진을 주문했다.
국내 대표적인 조사료인 총체보리와 관련, 축산과학원 조사료자원과 김원호 박사는 “한우 번식우에 총체보리를 급여한 결과 증체량과 발전 재귀일이 향상됐고, 배합사료도 32% 줄였다”면서 “거세한우에 총체보리 위주의 TMR사료를 먹이니, 사료비 28%가 줄고, 소득은 35%가 늘었다”고 주장했다. 김 박사는 국내 조사료 자급율 제고를 위해서는 조사료 생산면적을 확대하는 게 가장 중요하고, 유통 활성화에도 정부와 농가 모두가 동참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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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농업인신문 2008년 4월 4일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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