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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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전문단속반 활동 현장을 가다
김미라 2008-06-10 2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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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전문단속반 활동 현장을 가다

 “갈수록 지능화…전문인력 보강 시급”

 

정부가 원산지표시제도 강화를 통해 쇠고기 부정유통 근절을 장담하고 있지만 현장과의 괴리감으로 정착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일 영등포시장에서 쇠고기 전문단속반의 단속 현장.

“죽을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출석하기 힘들다. 양심적으로 하는 사람 건드리면 안되지.”(영등포시장 A정육점 사장) “일한 지 얼마 안됐습니다. 잘 좀 부탁드립니다.”(B정육점 직원)
쇠고기 전문단속반이 공식 출범한 이후 지난 2일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4일 영등포시장의 한 정육점에서는 뉴질랜드산 쇠고기를 호주산으로, 호주산은 미국산으로 표기해 원산지 표시를 위반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미 한 차례 위반에 과태료를 납부했던 업소였지만 오히려 당당하게 “무엇을 잘못했느냐”며 따져묻고 있었다.
뉴질랜드산→호주산으로, 호주산→미국산으로 둔갑
냉동육 녹여 ‘냉장육’으로 속이기·국산과 섞어 판매
한우 등급 올리고 수입육에는 없는 ‘1등급’ 표시도

수입 쇠고기 중 뉴질랜드산보다는 청정 이미지가 강한 호주산을 소비자들이 선호하고 있다는 점과 미국산의 경우 수입 재개시 거래처를 선점하기 위해 제품을 보관하고 있는 것처럼  원산지를 표시한 것이다. 30여분간의 실랑이 끝에 결국 이 업소는 원산지 표시위반 관련 확인서를 작성했고 조사 후 처벌을 받게 될 전망이다.
쇠고기 전문단속반이 활동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현장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위반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크게 △수입육을 국내산으로 둔갑 △국산과 수입산을 혼합해 국내산으로 표기 △수입육을 청정지역인 호주산으로 둔갑 △국내 유명 쇠고기 브랜드로 둔갑 등 네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전문단속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조성환 씨는 “국산과 수입육을 혼합한 제품을 적발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면서 “냉동육을 냉장실에 보관해 서서히 녹인 후 냉장육으로 판매하는 등 점점 지능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각종 부정유통이 성행하고 있지만 관련 법은 미진해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와도 업자들이 막대한 차익을 노리고 둔갑판매 등을 한다면 국민들은 속수무책으로 선택권을 박탈당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관련 법 등의 보완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농산물품질관리법이 오는 22일 개정되면서 쇠고기를 판매하는 모든 음식점에서 원산지를 표시하도록 돼 있지만 현장을 뛰는 단속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쇠고기를 취급하는 업소는 전국에 약 22만8000여곳. 정육점 등 유통업체와 급식소까지 포함하면 33만곳에 달하지만 원산지 단속 총 인원은 총 4773명에 불과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초기에는 3개월 동안 특별단속을 벌이고 그 이후에는 농관원 직원 112명과 전문단속반 45명, 명예감시원 500명 등의 인원으로 상시단속을 벌인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집중 단속기간이 종료된 후 명예감시원은 실질 단속권한이 없는 것은 물론 1개조가 2~3인으로 구성돼 활동하는 점을 감안하면 30만곳이 넘는 업소를 지속적으로 단속하기가 쉽지 않다. 또 농관원이 올 4월까지 적발한 1359건의 위반사례 중 쇠고기는 2007년 8.9%보다 약 5% 증가한 13.5%(184건)를 차지하고 있는 등 쇠고기 관련 위반사례가 증가하는 추세에서 현장을 뛸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춘 인원 보강이 절실하다.
소비자들을 현혹시키기 위해 업자들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단속기준은 전혀 마련되지 않은 부분도 확인됐다.
한우의 1등급과 1+등급의 kg당 가격차이는 1400원(축산물등급판정소 4일 기준), 1+와 1++ 차이는 2200원에 달한다. 한 등급만 올려받아도 판매업자는 막대한 차익을 누릴 수 있지만 현재 단속기준은 없다.
또 영등포시장 내의 일부 정육점에서는 수입육에도 1등급이라고 표기하고 있었다. 수입육의 등급 기준은 국내와 다른 점 등을 고려하면 자칫 소비자들을 현혹시킬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기준마련도 시급하다.
음식점원산지표시와 관련해 농산물품질관리법과 식품위생법을 일원화시키는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식품위생법 개정으로 22일부터 원산지 표시 대상업소를 300㎡에서 100㎡ 이상 업소로 확대하고 있지만 농산물품질관리법에서는 쇠고기의 경우 모든 음식점을 대상으로 실시한다고 밝히고 있다.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으려면 법의 일원화를 통해 모든 음식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의 이원화로 인해 음식점 원산지 표시 위반의 경우 식품위생법에 표기된 대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를 적용하고 있지만 농산물품질관리법에는 정육점 등에서 위반할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형평성 등을 고려해 음식점 원산지 표시위반도 농산물품질관리법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
원산지 증명서를 통해 수입육과 국내산 여부를 판단해야 하지만 대부분의 쇠고기 취급업소는 이 서류를 보관하지 않고 있다. 처벌규정이 허위표시의 경우 영업정지 7일을 받지만 1차 적발시 시정조치에 그치기 때문이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위해 각종 제도를 준비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진한 정책과 현장과의 괴리감으로 소비자들이 믿고 살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농어민 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