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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이력추적제 ‘그들만의 리그’ 될수도
관리자 2009-03-31 1213


쇠고기 이력추적제 ‘그들만의 리그’ 될수도


   농가, 소 거래에 따른 빈번한 신고체계 불만

소 및 쇠고기 이력추적제가 지난해 12월 22일 소 사육단계에 이어 오는 6월 22일부터는 유통단계에 까지 전면 확대 시행된다.

소사육농가는 송아지가 태어나자마자 해당기관에 사람처럼 출생신고를 하고 주민등록번호를 받듯이 개체식별번호를 귀표로 부착해야 한다. 6월 22일부터 소비자는 쇠고기를 구입할 때 상표에 게재된 개체식별번호를 인터넷이나 휴대전화에 입력해 구매하려는 제품에 대한 이력을 조회할 수 있게 됐다.

얘기대로라면 쇠고기 유통의 변혁이 분명하다. 광우병 등 쇠고기 안전 사고 발생시 신속하게 리콜할 수 있게 되고, 소비자들이 능동적으로 제품 정보를 알고 쇠고기를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쇠고기 ‘둔갑’판매는 역사속 얘기가 되는 것이다. 허나 현실적으로 회의적인 전망을 내놓는 관계자들도 적지 않다. 유통단계의 다양성을 감안할 때 제도의 정착이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소 및 쇠고기 이력추적제. 무슨 제도이며 어디까지 실현이 가능할지 점검해본다.

소 ‘이력서’ 내야 팔린다

소의 사육, 도축, 가공, 판매 등의 단계마다 정보를 저장하고 이를 12자리수의 개체식별번호를 통해 공개되는 이력추적제는 지난해 ‘소 및 쇠고기 이력추적에 관한 법률’로 제정돼 12월 22일부터 단계별로 시행됐다. 오는 6월 22일부터는 도축·가공·판매·유통단계로 확대된다.

소 주인은 송아지가 태어나거나 거래(양도, 양수, 폐사, 수출입 등)하면 지역의 해당기관에 한달 이내로 전화나 서면 등으로 신고해야 한다. 기관에서는 그 소에 대해 개체식별번호를 매기고 전산시스템(DB)에 입력하고, 동시에 농장에 들러 개체식별번호가 쓰여진 귀표를 붙인다.

도축장에서는 귀표 부착여부와 개체식별대장에 등록돼 있는지를 확인하고 도축해야 한다. 소의 개체식별번호를 소의 몸통(도체)에 표시한다. 이런 규정을 위반하면 도축이 금지된다. 검사관은 도체의 위생검사 합격여부를 입력하고 축산물등급판정사는 등급판정 결과를 입력한다.

도축과정에서는 또 쇠고기 일부를 떼어내 ‘DNA지문’을 찍은 뒤 DB에 입력한다. 도축이 끝난 도체에는 개체식별번호가 기재된 라벨이 부착되고 개체식별대장에 전산 입력된다.

식육을 포장할 때도 부분육 또는 포장지에 해당 쇠고기의 개체식별번호를 기재한 라벨을 붙여야 한다. 식육포장처리한 실적과 판매·반출한 실적은 전산시스템에 입력하거나 자체장부에 기록하고 신고한다. 구매자가 자료를 요청할 경우 개체식별번호가 기재된 영수증이나 거래명세서, 축산물등급판정확인서 사본 등을 줘야 한다.

판매단계에서는 쇠고기나 판매표시판에 해당 소의 개체식별번호를 표시해야 한다. 부분육을 팔 때는 개체식별번호가 게재된 거래내역서를 기록·보관한다. 이 또한 구매자가 요청할 경우 영수증, 거래명세서, 판정확인서 사본 중 하나를 교부한다.

소비자는 판매장내 터치스크린이나 인터넷, 휴대전화를 통해 자신이 구입하는 쇠고기의 이력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소의 소유자 등과 도축업자, 식육포장처리업자, 식육판매업자가 법에서 정한 신고, 개체식별번호 표시, 장부 기록 등의 의무사항을 위반했을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한다.

“대형 매장에서만 사야 돼요?”

현재 사육단계에서 실시하고 있는 이력추적제가 오히려 관계자들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출생등록이나 거래시 신고가 됐어도 막상 조사를 해보면 소 주인이 바뀌었거나, 출생지와 사육농장이 다른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최근 KBS가 보도했다.

송아지가 태어나거나 소를 거래했을 때 담당기관에 신고했더라도 거래가 잦아서 신고가 누락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또 제때 신고했어도 기관에서 신고내용을 개체식별대장에 기록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력추적제를 전면 시행한다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여지가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해당기관인 축협에 이력추적제를 전담하는 인력이 거의 없는 상황이어서 체계적인 기록관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소를 거래하는 당사자들의 의식전환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체계적인 교육과 시스템 확충을 위한 예산확보가 곁들여져야 이력추적제가 올바로 정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전국 5만여개의 쇠고기 판매장중 0.68%인 329개만이 이력추적제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내년에는 급속도로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으나, 많은 소비자가 제도 혜택을 볼 수 있기까지 몇 년은 더 있어야 된다는 게 관계자들의 예측이다.

여기에다 다양하고 복잡한 쇠고기 유통구조 또한 이력추적제의 신뢰도를 낮추는 원인이다. 소 출하량의 1%만 사후검사가 이뤄지는 현실에서 라벨이 붙지 않은 부분육 유통 틈새는 충분히 둔갑판매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총 270여만마리의 소 중 90%이상 귀표장착이 마무리 됐다고 정부가 발표했다. 출생신고까지는 무난하게 달성했지만, 이후의 문제점은 해결방법이 요원한 경우가 허다하다.

이력제 전면시행을 앞두고 대형매장 쇠고기 구매파트 직원들은 업체 이미지를 위해서도 이력제 시행에 적극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지방 정육점들은 이력추적제 방식조차 감감하다. 쇠고기 한 마리분에서 떼어낸 것만 유통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개체식별번호가 즐비한 상황을 어떻게 표시하는지도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거기에다 중간 유통업자들이 첨부자료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최종 소매단계에까지 넘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최종 유통단계인 정육점은 속수무책이란 것이다. 결국 일부 대형유통매장들만 이용하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농가들도 볼멘소리를 내뱉기는 마찬가지다. “소가 움직일때 마다 신고하라고 한다면 사유권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소의 산지가격 등락폭이 하루가 다를 수 있고, 사육의욕에 따라서도 거래가 빈번할 수 있는데, 이를 매번 신고하는 게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이와관련 축산단체 관계자는 “농가나 소비자 모두가 바라는 사업임에는 틀림없으나 유통분야의 이해관계를 끌어내지는 못했다”면서 “빠른 시일에 정착시키는 생각은 접고, 단계별로 여유를 두고 하나하나 시스템을 굳혀 나가는 방향이 올바를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농업인신문 2009년 3월 27일자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