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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근출혈 피해....대책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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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에 더욱 발생빈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소 근출혈.
올해도 어김없이 근출혈은 소 사육농가를 괴롭히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근출혈로 인한 피해를 받고 있다며 이로 인한 문제도 여러 차례 지적됐지만 해결책은 아직 전무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방송된 SBS 드라마 식객의 요리 대회 중 쇠고기 정형분야에서 두 주인공의 승패를 갈라놓았던 것도 바로 소의 근출혈이었다.
실력이나 고기의 품질에서는 막상막하를 이루었지만 상대방의 소에서 근출혈이 발견되면서 주인공이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근출혈이 발견된 소는 결함이 있는 하자육로 판정 받아 적지 않은 경제적 손실을 입히고 있다.
# 정확한 원인 규명 안돼
근출혈이란 근육 내에 존재하는 모세혈관이 파열돼 발생하는 현상으로 암적색의 혈흔이 관찰되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근출혈이 발생한 고기는 시각적으로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혈취 등으로 상품성도 떨어진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소 도체 결함 중 발생빈도가 가장 높은 근출혈은 암소보다 수소와 거세우에서 더 많이 관찰된다.
축산물등급판정소에 따르면 2008년 1월부터 12월가지 출하된 한육우 76만7671마리 중 근출혈로 판정받은 소는 5613마리로 전체의 0.7%를 차지하고 있다.
매해 반복적으로 1% 내외의 발생빈도를 보이는 근출혈의 원인 규명을 위한 연구는 이미 여러 차례 진행됐다.
지난 2004년 국립축산과학원과 축산물등급판정소가 시행했던 ‘소 근출혈 발생원인에 대한 다각적인 조사와 현황 파악 연구’의 결과를 보면 최근 품질 고급화 수요에 따라 연도별로 근출혈도 증가하고 있었으며 소형도축장보다 대형 도축장에서, 수송시간이 길 경우, 환절기에 발생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최양일 충북대학교 축산학과 교수가 연구한 ‘한우 도체결함 중 근출혈 발생현황 조사분석’에서는 근출혈이 발생한 소 도체는 암적색육의 특징과 함께 수분함량이 높고 지방은 낮으며 단백질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확한 발생 원인은 지금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 손해는 농가가 떠안아
지난 14일 농협 서울 축산물공판장에서 경매된 한우 중 근출혈이 있었던 1등급의 한우의 경우 kg당 1만2000원에 낙찰됐다. 보통 1등급의 한우가 kg당 1만5000원 이상에 거래된 것에 비하면 약 50만원의 경제적 손실을 입은 것이다.
육우농가의 사정도 마찬가지.
지난 3월에 열린 낙농지도자대회에서는 근출혈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유독 높았다.
한국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근출혈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농가가 많다”며 “어디서 발생했는지 모르는 만큼 일방적으로 농가가 손해를 보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왜 발생했는지 원인을 알 수 없지만 피해는 농가가 고스란히 떠안는다.
근출혈로 인한 하자육으로 판정됐을 경우 농가수취가격에서 최소 30~100만원까지 감해진 금액을 농가에게 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매과정에서 정상가격에 낙찰된 지육도 정육점 등에서 발골 하는 과정에서 뒤늦게 근출혈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이미 농가에게 지급한 경락값 중 일부를 다시 회수해 농가와 공판장, 정육점 간에 심한 마찰을 빚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농가에서는 왜 공판장만 가면 근출혈이 발생하냐며, 정육점에서는 하자육으로 괜한 손해를 봤다며 민원을 제기하고 있고, 공판장측도 이를 중재하고 이해시키는 지친다.
경남지역의 농가 A씨는 “내가 키울 때 근출혈이 생겼는지, 아니면 공판장으로 가다가 생겼는지 모르는데 농가만 피해를 보는 것이 말이 되냐”며 “여러 차례 민원도 제기하고 항의도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강원도 홍천의 한우농가 최부규 씨 역시 “근출혈 때문에 소를 키우는 농가가 많은 피해를 보고 있지만 대책이 세워지지 않아 지금은 체념했다”며 농가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공판장측도 농가의 항의로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근출혈이 발생했을 경우 관련 사진을 첨부해 단위농협과 농가에게 이를 알려주고 있지만 농가의 반발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농협 서울 축산물공판장 관계자는 “근출혈 발생을 줄이고자 계류시간 단축 등을 위해 나름대로 공판장에서도 노력하고 있지만 근출혈로 피해를 본 농가는 공판장의 도축과정 자체에 대해 불신을 갖게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 “정부 대책 절실”
전국한우협회는 한우자조금사업으로 2008년 6월부터 현상수 전남대 동물자원학부 교수팀과 함께 연구 용역을 벌이고 있다.
근출혈로 인한 피해를 줄이고자 생산자 단체가 나선 이번 연구결과에 농가는 물론 관계자들의 관심도 적지 않다.
장기선 전국한우협회 부장은 “근출혈 때문에 꾸준히 피해를 보는 만큼 농가가 직접 자조금사업을 통해 원인을 찾아보자고 나선 것”이라며 “6월쯤 1차 연구 결과가 나오는 것을 봐가며 2년차 연구를 계속 진행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육 및 수송, 도축 등 전 과정을 추적해야 하는 만큼 정확한 원인을 밝히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모든 책임을 농가에게 떠맡길 것이 아니라 근출혈이 발생했을 경우 일정 금액을 보조해주는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확한 발생 원인이 규명되진 않아도 농가에게 피해를 안기는 것이 분명하다면 정부 차원에서 보상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낙농육우협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발생 원인만 봐도 일방적으로 농가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은 드러난 것이라며 이제는 제도적으로 근출혈을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소를 도축하기 전에는 확인할 수 없고 근출혈이 발생한 각 개체별로 원인을 규명하는 것도 쉽지 않은 만큼 정부가 나서서 농가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인 장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것.
최양일 충북대학교 축산학과 교수는 “근출혈로 농가가 가격적인 면에서 손해를 보는 만큼 이를 보존할 수 있는 장치를 정부차원에서 검토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욱 농협 서울축산물공판장 경매실장도 “더 이상 농가에게 손해를 전가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 근출혈에 대한 보다 다각적인 연구와 함께 농가역시 근출혈의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는 요인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도 제기됐다.
송영한 강원대학교 동물생명자원학부 교수는 “출하, 이동과정에서 소가 받는 스트레스는 농가가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라며 “상차를 위한 기본적인 시설을 갖추는 것이나 가축수송 전용차량 이용 등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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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농수축산신문 2009년 4월 21일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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