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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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르는 사료값 … 축산농가 ‘추운 겨울’
관리자 2008-12-03 1403


또 오르는 사료값 … 축산농가 ‘추운 겨울’


   1㎏당 50원선 인상 ‘초읽기’ … 채산성 갈수록 악화

축산업에 악재가 쌓이고 있다. 배합사료 업체들이 이달 중에 또 한차례 사료값 인상을 예고하고 있고 최근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본격화되는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 산지 소값 하락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 돼지와 닭고기 소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게다가 축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 부족까지 겹쳐 축산업 입지마저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

◆멈추지 않는 사료값 인상행진=축산업이 이 같은 악조건에 처했는데도 배합사료값이 또 한차례 꿈틀거려 축산농가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사료업 선두를 달리는 ㅋ사의 경우 1㎏당 판매가격을 축종별로 48~60원씩 인상안을 마련, 12월1일부터 적용키로 하고 각 대리점에 통보했으나 아직 시행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또 ㄷ사도 축종별로 1㎏당 40~50원가량 인상안을 마련해 12월 중에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ㅇ사·ㅊ사·ㅅ사 등도 비슷한 수준에서 가격 인상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6년 11월부터 인상을 시작한 배합사료값은 이번까지 포함하면 모두 10차례나 오르는 셈이다. 사료값은 특히 올해 들어서만도 1·3·5·7·10월에 이어 이번까지 6차례나 오르는 진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이에 따라 비육우용 사료 한포대(25㎏ 기준)의 공장 출고가격은 사료값 인상행진이 시작되기 직전인 2006년 9월 6,648원이었으나 올 10월엔 1만630원으로 60%가량 값이 올랐다. 같은 기간 동안 양돈·낙농·양계용 사료값도 50~80%씩 인상됐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600㎏짜리 한우 수소의 산지 평균가격은 446만6,000원에서 372만1,000원으로 16.6%하락하는 등 축산농가의 채산성은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6개월령 한우 암송아지값은 274만원 선에서 140만원 선으로 50% 가까이 하락한 상태다.

◆미국산 쇠고기의 무차별 공세=미국산 쇠고기 판매재개가 이뤄진 11월27일 경기 고양시 소재 롯데마트. 이날 취재진이 매장에서 만난 60대 주부는 “값이 한우나 호주산보다 싸서”라고 미국산 쇠고기 구입 이유를 밝혔다. 실제 이 매장에서의 미국산 쇠고기 판매가격은 LA갈비 100g에 1,850원으로 한우값의 절반에 못미쳤다. 이는 국내 쇠고기시장 흐름이 미국에 광우병이 발생하기 직전인 2003년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003년 한해 동안 국내에서 소비된 쇠고기는 모두 39만t. 이 가운데 국내산은 36.1%인 14만1,000t에 불과했으며 나머지는 모두 미국·호주·뉴질랜드·캐나다에서 수입했다. 특히 미국에 광우병 파동이 일기 직전인 2003년 1월부터 12월24일까지 우리나라가 수입한 미국산 쇠고기는 무려 19만9,400t으로 전체 쇠고기 수입량의 80%를 차지했다. 미국산 쇠고기의 이 같은 저가 공세는 호주와 뉴질랜드 쇠고기까지 자극, 한우와 육우는 물론 돼지·닭고기까지 국내산 모든 축산물에 연쇄적으로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악화되는 채산성, 사육포기 속출=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번식농가의 송아지 한마리당 순수익은 2005년 48만8,000원, 2006년 27만4,000원, 2007년 1만2,000원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양돈농가의 한마리당 순수익 역시 2005년 8만2,000원에서 지난해는 4만3,000원으로 하락했으며 한우 비육우·젖소·육계·산란계 농가의 채산성도 크게 악화되는 실정이다.

번식우 41마리와 비육우 10마리 등 한우 51마리를 사육하는 유재복씨(53·충북 옥천군 이원면)는 “사료값은 계속 오르고 소값은 너무 많이 빠져 번식우는 기본 체중만 유지할 정도로 사료를 조금씩 먹이고 있다”며 “송아지는 한마리당 250만원, 비육우는 생체 1㎏당 최소 1만원씩은 받아야 수지를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배합사료보다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것으로 알려진 완전배합발효사료(TMF)를 사용하는 농가들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 TMF 사료를 이용하는 230농가로 구성된 경기 고양한우영농법인의 오성조 대표는 “TMF 사료는 수분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일반 배합사료와 값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급여량이 두배라고 볼 때 전체 사육기간 동안 들어가는 비용은 배합사료와 비슷할 것”이라고 밝혔다.

젖소·돼지·닭 사육농가들도 사료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 있다. 대한양돈협회의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본격화되고 사료값마저 또 오르게 되면 농가 폐업이 속출해 현재 8,000호 수준에서 최악의 경우 5,000호까지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원까지 가세=환경과 관련된 각종 민원도 축산업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축산농가들은 특히 축사 건축관련 법적 문제가 없고 악취가 심하지 않은데도 인근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하면 지자체는 축사 운영을 제한하는 일이 적지 않아 생업에 지장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축산농가들은 이 같은 민원이 발생해 농장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해도 적정부지를 찾지 못해 사육을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하는 실정. 충남 홍성군의 한 농가는 “바로 옆에 양돈장이 있어 별 생각 없이 인근 양돈장을 매입한 뒤 돼지를 입식했는데, 동네 주민들이 몰려와 농장을 절대 할 수 없다는 민원을 제기했다”며 “악취가 발생한 것도 아니고 위법사실도 없는데 기존 양돈장은 괜찮고 새로 하는 양돈장은 안된다는 것은 억지논리에 불과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문제는 이 같은 민원이 양돈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축종이 공통적으로 겪는다는 점이다. 김욱 농협서울축산물공판장 경매실장은 “민원이 축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중요한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농가소득 안정화 장치 시급=배합사료값이 오르면 축산농가 생산비도 그만큼 늘어 국내산 축산물의 가격 경쟁력은 더욱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국내산 축산물의 생산비(2007년 기준) 가운데 사료비 비중은 축종별로 28.9~55%에 달하고 있다. 이는 사료값이 축산물 생산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따라서 축산업계에서는 사료값이 인상되더라도 농가 피해를 줄여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를테면 일본과 같이 사료가격 안정기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축산업계에선 또 보다 저렴한 비용을 투입해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중요한 과제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를테면 한우 거세 비육의 경우 비육기간을 단축시켜도 체중이 많이 나가고 우수한 육질 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한우개량에 힘쓸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돼지도 농가 생산성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꼽히는 돼지 소모성 질병을 하루빨리 근절시킬 것을 주문하고 있다.

김대현 전국축협조합장협의회장은 “현재 우리 축산업은 10년 전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며 “축산업은 식량산업인 만큼 식량안보 차원에서 중요성을 인식하고 발전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처 : 농민신문 2008년 12월 3일자 기사